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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우스 가는 길

내 마음의 지도 화가 렘브란트가 그린 '탕자의 귀향'을 보고 있으면 나의 마음이 어디메쯤 가고 있는지 보인다. 그토록 보고싶었던 그 마음이, 눈에 확 들어온다. 가부좌 틀고 장궤에 앉아서 침잠에서야 어거지 그려지는 내 마음이다. 어쩜 이다지 또렷할까. 자꾸 떠나는 작은 아들 안에 있는 마음에는 나의 무질서한 애착이 보인다. 완고하게 움켜쥔 큰아들의 손에 나의 마음이 잡힌다. 이젠 기다리다 지쳐 눈까지 먼 아버지가 삐뚤어진 아들을 껴안는 자비로운 아버지의 환영 모습에서 나의 마음이 관대함을 만난다. 그분을 뵙는다. THE RETURN은 단 한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매일 매일 매순간 어쩌면 우리들이 집으로, 영으로 가는 길이다. 그 속에서 숨어계시는 그 분을 뵙는다. 귀환. 귀향, 귀휴는 떼아르 드 샤르..

아! 루오 때로는 글(활자)이 싫다. 때로는 담백한 채색이 우리에게 많은 것을 말해 준다. 글보다는 그림이, 문(door)보다는 창문(window)이 우리의 비곤한 상상력을 넓혀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삶의 아픔이 설명할 수 없는 만큼 클 때 루오의 그림을 대하면 아픔은 삐에르 신부가 말한 것처럼 차라리 '선물'로 여겨진다. 현실에 눈감지 않으면서도 우릴 영원으로 인도한다. 생채기 없는 삶이 어디 있을까마는 루오의 '미세레레'는 삶의 아픔을 노래한다. 화가 루오가 보는 아픔은 그저 고통이고 상처가 아니라고 한다. 수묵화처럼 그려진 그 아픔이 단지 아름답다고 가르쳐준다. 숨은 그리스도 아래의 그림은 '숨은'(?) 그리스도의 그림이다. 그분은 늘 노동하셨다. 그것은 그분이 입은 옷이 왜 청색일수밖에 없음을 말..
오랜 만에 엠마우스가 들썩거렸습니다. 항시 바람 소리와 풀벌레 소리가 그득했는데 사람소리로 꽉 차버렸습니다. 수요일엔 11명이, 금요일엔 23명이 다녀갔습니다. 하나같이 엠마우스의 원칙인 '일'(노동선)에 함께 했습니다. 40도를 웃도는 그 따가운 햇살 아래에서 고추밭에 난 풀들을 악착같이 뽑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