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개천, 세상을 헤엄치다/꿈꾸는 바리스타 : 커피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커피의 손맛 슴슴한 맛 2BAR 비알레띠 모카포트 홈까페

명랑 길벗 2024. 2. 1. 14:07

에스프레소에 진심
이탈리아 아이코나 반자동 머신을 2년 동안 사용하면서 에스프레소와 카푸치노에 맛들였다. 브랜드 커피숍 만큼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을 낸다. 바텀리스로 쫘낸 약간 찰기 있는 맛에 중독된다. 분쇄도, 도징과 템핑력에 따라, ims 바스켓과 ims 샤워스크린에 따라, 미분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냐에 따라 고급진 맛을 선사한다.
SCA와 유럽이 인증한 네덜란드 모카마스터 컵원을 통해 브루잉 특유의 깔끔하고 정갈한 그 맛도 느껴가고 있었다. 원두 15-20g : 물 225-300ml, 92-95 온도, 심지어 추출 시간까지 자로 잰듯 정확하다.

기계 보다 사람
두 기계는 커피의 세계로 나를 이끌었지만 맛이 거의 일정하다. 레시피 대로 온도, 시간, 압력, 양이 정해져 균일한 맛을 낸다. 뭔지 모른 허전함이 있었지만 나 대신 머신이 알아서 하는 게 좋았다. 
어느날 거기에서 변화를 느끼고 싶었다.  일정한 맛 밸런스 말고 달라지는 맛 다채로움을 느끼고 싶었다. 레트로 감성도 느끼고 싶었다. 머신말고 사람. 그래 이거다. 손맛이다. 

비알레띠 모카 포트
비알레띠는 그야말로 심플하다. 물 H2O, 커피 CAFFE, 불 FUOCO, 비알레띠 BIALETTI.
맛은 신세계다. 찬물로 할 때, 60-80도 미지근한 물로 했을 때, 디스트리뷰터로 뭉치지 않게 하고 살짝 템핑했을 때, 원형 필터로 린싱했을 때, 약불 중불 센불에 맛이 달라진다. 
추출기에 찬물을 넣어 추출된 커피가 알루미늄 용기에 타지 않도록 할 수도 있다. 린싱한 다음 미지근한 물을 조금 내려 뜸들이기를 하고서 추출한다. 맛이 부드럽고 크레마도 좋다. 

크레마
6-9bar 추출 압력에서 나오는 크레마는 고소하다.  모카 포트 압력이 2bar이고 어떤 방식으로도 크레마는 아주 적다. 
크레마는 커피거품이다. 얇은 약간 되직한 층 황금색 크림이다. 추출 품질을 한눈에 보게 한다. 색깔, 점도, 지속성을 따져야 한다.

맛의 다양성과 진심
불을 켜고 커피를 추출하고, 거품기에서 우유 거품을 내는 그 과정에서 맛이 가미된다.  
베리에이션했을 때 그 느낌은 이 세상 맛이 아니다. 이 풍미, 이 향미 어쩔거냐고… 그동안 머신이  내는 일정한 맛에 지쳐 매너리즘에 빠진 맛의 다양성을 완전히 회복했다. 

블렌딩 싱글오리진
본격적으로 제대로 된 맛을 느끼려고 이탈리아 본토 커피 일리에서 클라시코, 라바짜에서 퀄리타 오로 그리고  산미 좋은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모카 포트용 분쇄 원두를 구매했다. 
똑같은 원두라도 그라인딩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300-400um 에스프레소 보다 약간 굵다. 500-600um. 

뜨거운 감자 그라인더
원두향에 진심인 홀빈이면 아주 작은 균일한 모래 알갱이가 되게 해야 한다. 맛은 미분 처리에서 달라진다.  
드립일 때는 펠로우 오드2 넘어서 상업용에 가까운 브루잉 전용 바라짜 포르테 BG 6-L 클릭, 플렛버 상업용 표준 말코닉 EK43S 10.5 클릭으로 분쇄한다. 균일하고 단정하고 깔끔하다. 
모카 포트용 그라인딩은 전동 보다 수동이 맞고 기왕이면 때깔과 기능에서 코니컬버 코만단테가 돋보인다. 문제는 가격이다. 모카 포트 10배가 넘는다. 하지만 깔끔하고 깊이 있는 그 맛에 퐁당 빠진다. 
아뿔싸! 착한 놈보다 나쁜 놈에게 끌린다. 모카 포트에 코만단테 괜찮은 그림이다. 심지어 드립까지 커버된다. 

감성 보다 품질, 품질 보다 표준
에스프레소는 코니컬버 끝판왕 엣징거를 빼닮은  무게 기반 그라인딩을 실현한 세테 270wi다. 알루미늄 엣징거와 달리 플라스틱 기어 박스의 내구성이 떨어져도 엣징거처럼 40mm 작은 버를 채택한 3-E 클릭은 63mm 스틸 니체제로 보다 더 현대적이다. 과소평가됐다. 분쇄 조절이 직관적이고 버 착탈이 쉽다. 사용 나름이지만 잔량과 소음은 흠이다. 가정용 쁘띠 옛징거다. 코니컬버 상업용 표준 71mm MAZZER 콜드S 2.5 클릭으로 분쇄한다. 강렬하고 화려하다.

그라인더 보다 원두
샆에서 쟁쟁한 200g 원두를 드립용, 모카 포트용, 에스프레소용, 프렌치 프레스용으로 나눠 상업용 표준 말코닉이나 메저 그라인더로 분쇄한 다음 냉동 보관한다. 하루 한 두 잔이면 전동 말고 수동 그라인더가 맞다.  드립용은 코만단테, 에스프레소는 키누다. 
슬기로운 커피 생활은 머신 보다 원두다. 
봄봄, 코케허니, 게이샤, 블루마운틴, 코나, 모카 마타리, 테라로사, 폴바셋, 블루보틀, 인텔리젠시아…모모스 커피 차례차례 맛본다. 절정의 맛이다. 
 
홈까페 머신
입문용 최고의 선택은 가찌아 클래식 프로다. 40만원대, 싱글 알루미늄 보일러이지만 강력한 스팀, 3 way 솔레노이드 밸브(백플러싱), 58mm 포터 필터 적용이  잣대다. 핸드밀 끝판왕 키누에 가찌아 조합이다. 여기에 ims 샤워 스크린, ims vst 바스켓, opv 튜닝만 하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그보다 살짝 넘긴 백만원대 브레빌 878 혹은 라스페셜리스타인데 54mm, 51mm 포터 필터 범용성이 떨어지지만 그라인더와 탬핑이 내장된다. 확장성이 없지만 스마트하다. 

듀얼 보일러 싱글 도징 그라인더
준상업용이지만 홈까페에 최적이다. 듀얼 스텐 보일러, 상급 그라인더 조합이다. 바이브레이션 워터 펌프가 옥에 티. 브레빌 920과 63mm 코니컬버 니체제로 혹은 가변압이 되는 엘로치오 자르 R에 65mm 플렛버 미뇽 싱글도즈 오로이다. 
듀얼 보일러 이 단계가 되어야 추출 압력 게이지와 상급 그라인더가 유의미하다. 무엇보다 홈까페를 한단계 업그레이드한 장본인 머신이다. 누구라도 다루기가 편하다.  디자인과 기능 모두 모던하다. 더이상은 오버 스펙. 

핫한 크렘원
듀얼 보일러, 가변압에다 상업용 로터리 워터 펌프와 E61 헤드를 적용했다. 조용하다. 하지만 가격이 요란하다. 가정용 하이엔드급이다. 

인생 머신 인생 커피
실력이나 커피에 진심이면 결국 홈까페 끝판왕까지 간다. 심플한 디자인에 반하고 제대로 된 듀얼 보일러가 추출한 맛에 또한번 반하는 모두가 가지고 싶어 하는 라마르조꼬 리네아 미니에 기웃거릴테니 그라인더 제왕이자 원두 분쇄의 기준 말코닉 Mahlkönig EK43S가 소환된다.
홈까페 끝판왕과 그라인더 제왕이 만나면 에스프레소는 이 세상 맛이 아니다. 더불어 가격도 이 세상 가격이 아니다. 사악하다. 770+267 만원

라마르조꼬 늪
커피 한잔 뽑자고 천만원대 머신 비용이 들어간다. 웬만하면 구입 안하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 여기서부터는 마니아와 전문가로 나뉘어진다. 
여기서 라마르조꼬는 대단하다. 홈까페 전용 미크라를 출시했다. 미니 대신 미크라에 홈까페 최적 라곰 p64 혹은 메저 필로스 조합으로 마니아용으로 다시 유혹한다. 라마르조꼬 늪에 빠진다. 
la marzocco Home 상업용 머신을 적용한 홈까페 머신. 495 만원 넘사벽 Micra 

아! 집에 들이고 싶다!
스페셜티 커피와  머신이 만나 3-4mm 크레마에 아주 쫀쫀한 에스프레소를 만들면 적어도 이 세상 맛은 아닐테지만 그런 인생 머신은 상업용 범주에 가깝다. 라마르조꼬와 수동의 백미 페마 e61 레전드는 손맛 좋은 바리스타가 정성스럽게 내리는 인생 커피에 제격이다. 

커피 저울 입자 측정기
뚱딴지 같은 머신 얘기는 접고 정작 필요한 건 저울이다. 그야말로 입문용 하리오와 좀 괜찮은 펠리시타 저울이 필요하다. 모카 2컵 기준 원두 12g, 물 100ml, 추출 84ml 직관적이다. 펠리시타는 핸드폰과 연동된다. 아카이아는 다음에. 
그라인더로 간 원두의 크기를 항상 확인하는 크루브 브롤러가 필요하다. 
 
수동거품기
거품기도 수제다. 불로 데워 손으로 거품을 낸다. 비알레띠 뚜또. 
전동에서 나오는 찰진 우유 거품만 못해서 비알레띠에서 나온 전동 거품기와 겸해서 사용한다. 

세척의 편리함
그동안 반자동 머신을 사용하면서 하루에 한 잔 이상은 엄두를 못 냈다. 시간에 쫓긴다. 가정용 바이브레이션 워터 펌프에서 나오는 그 특유의 소음도 한 몫 했다. 윙이윙!
모카 포트는 세제 없이 그냥 흐르는 물에 손으로 쓱쓱 씻고 건조하면 끝.

정말 주의 사항
알루미늄 제품에 주의해야만 하는 세제는 베이킹소다다. 스텐이 아니다. 화학 반응을 일으켜 변색된다. 과학과 상식을 무시하지 말자. 
깔끔하게 하려면 식초와 물을 1대1로 내려주거나 사과 껍질을 보일러 통과 추출기에 담아 끓어주면 된다.  
마음은 시원해지지만 그릇은 그저 그렇다. 

보관 방법과 종류
보일러, 바스켓, 추출기를 보기 좋게 결합하지 말고 물기가 마르는 동안 따로따로 보관한다. 평생 쓸 수 있다. 
크레마는 흠이다. 크레마에 진심이면 이탈리아 가정에 하나씩 있다는 모카 포트 말고 브리카를 주문해야 한다. 브리카는 이름 그대로 ‘심장’처럼 진하게 뿜는다. 컬러 노랑색이고 거기서 크레마가 몽글몽글 피어 오를 땐 거긴 이탈리아다. 
디자인에 진심이면 ‘숙녀’라는 이탈리아 원어를 갖고 있고 완성도가 최고인 다마 제품을 권한다. 퀄러티가 죽인다. 그립감은 비알레띠를 넘어선다. 

간편하고 착하고 진심이다
비알레띠 모카 포트는 간편하고 가격도 착한데 맛에 진심이다. 간편하지만 거칠고 깊이 있는 프렌치 프레스도 마찬가지다.  
커피 머신 관리에 지친 이들에겐 최고다. 무엇보다 집에서 커피숍의 맛을 즐길 수 있다. 

비알레띠 모카는 클래스가 다르다
심하게 말하면 홈까페는 비알레띠 모카 이 한 잔에 완성된다. 이제 막 시작한 이들조차 홈바리스타가 된다. 
자, 이제 그라인더는 코만단테, 머신은 모카 포트다. 묵직하고 약간 되직한 맛 에스프레소가 아니라 가볍고 덜 진한 쌉살한 미디엄 에스프레소를 내린다.  

바디감과 여운 완성체
블라인딩 테스트를 해본다. 머신 보다 낫다. 에스프레소가 이 맛이면 앞으로 베리에이션 말고 그냥 에스프레소를 먹겠다 그런다. 여기에 유기농 설탕을 넣어주면 무조건 반칙인데 한 스푼 넣는다. 입안 가득한 맛의 향연이 이뤄진다. 환한 미소를 머금는다. 
안캅 이탈리아 에스프레소 잔도 주문해 완성체다. 
 
우리, 커피 한잔할까요?
지금 저는 커피의 손맛으로 가고 있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진정한 슴슴한 에스프레소로 가고 있습니다. 에스프레소의 세상입니다. 
이 세상 맛이 아닙니다. 

하여, 슴슴한 모카 포트에 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