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우스 가는 길/한 권의 책 포행
미쓰하라 유리의 '길'
명랑 길벗
2006. 9. 25. 09:37
길 같은 사람
저 길 향해 가면
언제간 꼭 닿을 수 있으므로
길은 아득한 게 좋아
항상 길은 내 앞에 놓여 있었지만 보이지는 않았어.
작은 산에 가려 큰 산을 볼 수 없었어.
걷다보면 산에 이른다는 엄연한 진리를 몰랐어.
길이 된 사람
비탈을 오를 땐 늘
그분 생각이 나
그걸 안 건 비탈길이 분명히 눈에 들어왔을 때야. 같은 비탈이 오르막도 내리막도 됨을 알았을 때야.
그렇게 생각함에 계속 걸어갈 용기도 생겨
산을 오른다는 것
꾸준히 길을 밟아다지며 걸어간 이들의
소박한 걸음도
훌륭히 맨 처음 길을 걸은 사람만큼 아름다워
산을 오른다는 게 그분을 따르는 길임을 나중에서야 알았어.
그리고 더불어 걷는 길에서 느낄 수 없고 만질 수 없던 그분을 흘낏 뵈올 수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