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우스 가는 길
블루보틀 연남 본문
슬로우 커피와 미니멀리즘
블루보틀은 슬로우 커피이다. 다소 느리더라도 공들여 최상의 커피를 제공한다. 또 블루보틀은 더하지 않고 빼는 미니멀리즘을 바탕으로 둔다. 최근 집 근처 경의선 숲길을 걷다 내가 좋아하는 젊은 문승지가 다듬은 블루보틀 연남을 들여다보았다.
채광과 심플한 구성
우선 자연 채광이 좋다. 사방이 통창이다. 자연히 자연광과 인공 조명이 조화가 낮설지 않다. 그저 사람들이 편하게 올 수 있는 이웃집 같다. 반지하 1층은 한쪽은 카운트 공간이고 나머지 한쪽과 2층이 전부다. 커피 기구들도 심플하다, 에스프레소는 세 대다. 메저 로버S 두 대, 메저 메이저와 라마르조꼬 머신을 두었다. 드립은 드립 스테이션에 저울 도징 머신 아카이아 오라이온 두 대 EK43S 두었다. 여느 커피샆 그대로다.
가구 디자인너 문승지
거기 연남 블루보틀에는 의자들이 유독 눈길을 끈다. 합판에서 버려지는 조각 없이 의자를 완성하는 '포브라더스 컬력션'으로 유명하다. 사용되는 순간 가구는 비로소 완벽해진다. 합판 하나로 똑같이 생긴 의자를 네 개를 만든 '이코노미컬 체어'를 완성했다.
평상과 담벼락
연남 블루보틀은 경의선 철길을 숲길 끝 즈음 서울 마포구 성미산로에 있다. 서강대역로 시작해 홍대역 입구까지 걷다보면 살짝 지칠 그 즈음에 있다. 그저 앉고 싶다. 살아내기 버거울 때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담소를 나누거나 누워서 별을 보던 그 평상들을 까페로 끌어들였다. 살아가면서 잊었던 집안이나 마당에 평상이다. 나무로 만든 낮고 넒은 평평한 야외 벤치다. 곳곳에 크고 작은 평상 의자들이 놓여 있다. 마치 오브제처럼.
연남동 주변 옛골목에 있는 담벼락을 바닥으로 옮겨왔다. 밝은 회색 파사드톤 벽돌 모양 타일들이 벽이며 바닥을 장식했다. 원래 담벼락은 경계를 짓고 보호하기 위해 만든 벽이었다. 젊은 문승지는 그 담벼락이 경계와 경계를 이어주는 바닥으로 재현했다.
옛골목 옛동네
연남 블루보틀은 까페가 아니다. 옛골목 옛동네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앉아 있다보면 어릴적 동무들이 떠오른다. 블루보틀 라떼는 덤이다.
혼자옵서예
제주 블루보틀에서 문승지는 정낭과 퐁낭을 현대적으로 해석했다. 정낭은 도둑과 대문과 거지가 없는 제주식 대문이다. 길쭉한 나무 막대 세 개와 이를 양쪽으로 지지하는 기둥이다. 하나가 놓여 있으면 출입이 가능하다. 둘이 놓여 있으면 주인이 잠시 외출중이다. 셋이 놓여 있으면 출입 할 수 없다. 까페 곳곳에 정낭이 설치되어 있다.
퐁낭은 팽나무인데 제주식 느티나무다. 마을 마다 느티나무가 있고 거기엔 정자가 있다. 그 정자가 까페인 것이다. 제주의 청량한 바람과 꽃내음을 내추럴 에티오피아와 워시드 콜롬비아에 담았다. 살짝 천혜향의 향긋함이 담겨 있다.
다시 경의선 숲길
살다가 지칠 때 주저앉아서 그냥 쉼이 큰 위로다.
때때로 비가 오면 경의선 숲길을 걸어보자.
점심 하고 잠깐 쉬고 싶을 때 철길을 걸어보자.
걷다가 심심하면 호떡을 사먹어보자.
그리고 어릴적 동네 거기에 닿으면 연남 블루보틀에 가보자.
젊은 문승지가 그린 옛동네 옛골목이 보일거다.
거기에 메저로 갈은 라떼를,
거기에 말코닉로 갈은 브루잉을 먹어보자.
그리고 다시 걸어보자
'실개천, 세상을 헤엄치다 > 꿈꾸는 바리스타 : 커피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라인더의 그라인더와 그라인더 미래 (2) | 2025.02.24 |
---|---|
인생 그라인더 홈 코니컬 홈 플랫 (0) | 2025.01.14 |
아이코나와 가찌아를 넘어서 브레빌 920의 행복한 바리스타 (1) | 2024.02.01 |
인생 그라인더 나의 엣징거 키누와 나의 말코닉 EK43S 코만단테 (2) | 2024.02.01 |
커피의 손맛 슴슴한 맛 2BAR 비알레띠 모카포트 홈까페 (0) | 2024.0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