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엠마우스 가는 길/한 권의 책 포행 (12)
엠마우스 가는 길

종교는 사람과 세상을 보는 시선입니다카렌 암스트롱을 만난 건 행운이었습니다. 다방면에서 활동하든 다른 종교인들이 모여서 스타디를 했습니다. 처음에 종교를 공부하든 시절에 더 정확히 아직 종교에 머물러 있던 저에겐 마중물 같았든 '신의 역사' 1, 2와 '스스로 깨어난 자 붓다'를 대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녀의 방대한 리서치와 특이한 이력이 눈길을 끌었습니다.가톨릭 수녀에서 종교인으로, 그냥 자비로운 사람으로 간 그녀의 길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종교는 불쌍히 여김입니다키리에 엘레이손 Kyrie eleisonΚύριε ἐλέησον,Χριστὲ ἐλέησον,Κύριε ἐλέησον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그리스도님 자비를 베푸소서,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주님 저희를 불쌍히 여기소서, 그리스도님 저희..

'경제학 철학 수고'는 맑스가 1844년 집필했습니다. 대학원 시절 독문학과에 맑스주의 철학 원전 강독 과목이 있었는데 그때 청년 맑스를 처음 만났습니다. 맑스는 구구하거나 사변적이지 않습니다. 칼로 무를 베듯 예리하고 날카롭습니다. 그런 맑스가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이 '경제학 철학 수고'는 맑스의 진면목을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80년대 그 참혹한 시절에 학교에서 청년 맑스 강독은 전무후무했습니다. 그때 함께했던 참 똑똑했던 독문과 여학생들과 철학과 학생들 그리고 광주항쟁을 겪은, 시인 황지우를 품고 살든 사랑했던 미대 출신 누나(?) 그리고 진지하게 원전을 강독하게 해주었던 선생님. ㅋㅋ 그때 WESEN. BEWEGUNG 단어만 들어도 가슴이 뛰었습니다. 청년 맑스는 이 책의 집필로 이제 철학..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은 제가 대학원 시절 종교 공부를 할 때 나의 좁은 시야를 넓혀준 길희성님의 보조국사 지눌의 책들과 최민순 신부가 번역한 '가르멜의 산길' '영혼의 성' '어둔 밤' 함께 정말 완독하고 싶은 책입니다. 논문 지도 선생이 이 책을 연구해서 연구 논문을 작성해보라고 꼬셔서 혹해서 덤벼들었습니다. '종교적 경험은 저기 저 하늘이 아니라 여기 자기 마음 깊은 곳이다'는 이 한 권을 제대로 소화하는 것이었습니다. 기회가 닿을 때마다 읽기는 여러번 시작했는데 한 번도 마무리하지 못한 책입니다. 논리적으로 예리하지도 않고 내용이 그닥 재미없는 책입니다. 처음에는 책의 내용이 설득력을 보태기 위해 중복되는 리서치가 많고 만연체 영어 원서여서 페이지를 넘길 수 없었습니다.얼마 후 김재영님의 깔..

80년대 대학생 시절 1학기는 의무적으로 기숙사에 들어가야 했는데 선배들의 책상에는 반드시 '역사란 무엇인가'와 이영희님의 책들, '전환시대의 논리' '우상과 이성' 조세희님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황석영님의 '객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 '그리스인 조르바' 하룻밤에 숨죽여 읽던 막심 고리끼의 '어머니'가 놓여 있었다. 저녁마다 벌어지는 라면 파티와 세련된 서울 선배들의 '의식화'는 자연스럽게 사회과학 서클 활동으로 이어졌다. 그 다음 시골 순댕이 우리 모두는 흔히 알고 있는 문제(?) 학생이 되었다. ㅋㅋ 무엇보다 역사를 좋아했던 내게 '역사'는 책에 있는 것이 아니라 80년 광주 사태를 광주 항쟁으로 보게 했던 책이다. 또한 내 삶을 이끌었던 러시아 혁명을 볼세비키 혁..
사람은 좀처럼 변하지 않습니다. 그 사람이 단단해서가 아닙니다. 그가 딛고 서 있는 곳이 쉽게 허물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주 드물게 우리가 건너 온 80년대는 생각이 같았습니다. 그 바탕에는 세상을 보는 눈이었습니다. 그에 맞추워 참 가슴이 뜨거웠습니다. 후회하지 않습니다. 젊음을 그렇게 보내고 지금 노동자로 사는 게 부끄럽지 않습니다. 대중교통 없이, 변변한 제 집 없이 자전거로 사는 제 모습이 불편하고 꼬질꼬질하지만 당당하게 쌩쌩 달립니다. 그때 우리는 내일을 버리고 오늘 이 책을 품고 살았습니다. 오늘을 살고 싶은 당신이 좋아하길 빕니다. 철학 - 버트란트 러셀, 러셀 서양철학사 cf. 쿠시넨, 변증법적 유물론 입문(동녘) 역사적 유물론 입문(동녘) 역사 -E.H 카, 역사란 무엇인가 -리오 휴..
명나라 말기에 고승 둘이 있었다. 감산과 지욱이다. 삼교(유교와 불교와 도교)융화론을 주장하신 분들이다. 그분들이 주장하는 것을 들여다보면 세상을 넘어가는 길이 보여진다. 유교에서 가져온 섭세(경륜)와 도교에서 따온 망세(망각), 그리고 불교의 핵심 출세(초탈)가 그것이다. 涉世 - 忘世 - 出世 " '춘추'를 알지 못하면 세상을 겪어갈(涉世) 수 없고 '노장'에 정밀하지 않으면 세상을 잊어버릴(忘世) 수 없고 '참선'을 하지 않으면 세상을 초탈할(-) 수 없다" - 감산의 좌탈입망坐脫立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