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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우스 가는 길
오랜만에 당신에게 띄웁니다. 노동자로 살면서 겪게 되는 해고입니다. 삶의 줄이 끊어졌을 때입니다. 종교의 좋은 점은 서 있기조차 힘에 부칠 때 아둥바둥하지 않고 오히려 자기 삶을 내동댕이치면서 자기를 토닥거리는 자기 수용입니다. 자기 받아들임입니다. 그래야 다리에 힘이 생겨 자기를 내맡기게 됩니다. 루오의 길은 '미세레레'입니다. 헨리 나웬의 길은 집으로 돌아가는 '관대함'입니다. 베네딕도가 가는 길은 '정주,정진,순명'입니다. 미쓰하라 유리의 길은 '아득함'이고 '비탈'입니다. 마더 테레사의 길은 '단순함'입니다. 아! 바베의 길은 '마음의 평화'입니다. 80년 사람의 길, 생명의 길은 '민주'입니다. E.H CARR의 길은 '해석된 사실'입니다. 윌리엄 제임스의 길은 '자기 내면'입니다. 맑스의 길은..

종교는 사람과 세상을 보는 시선입니다카렌 암스트롱을 만난 건 행운이었습니다. 다방면에서 활동하든 다른 종교인들이 모여서 스타디를 했습니다. 처음에 종교를 공부하든 시절에 더 정확히 아직 종교에 머물러 있던 저에겐 마중물 같았든 '신의 역사' 1, 2와 '스스로 깨어난 자 붓다'를 대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녀의 방대한 리서치와 특이한 이력이 눈길을 끌었습니다.가톨릭 수녀에서 종교인으로, 그냥 자비로운 사람으로 간 그녀의 길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종교는 불쌍히 여김입니다키리에 엘레이손 Kyrie eleisonΚύριε ἐλέησον,Χριστὲ ἐλέησον,Κύριε ἐλέησον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그리스도님 자비를 베푸소서,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주님 저희를 불쌍히 여기소서, 그리스도님 저희..

헬멧과 안전화만이 그를 지켜주는 유일한 안전망입니다. 머리 위로 쉴새없이 철근 덩어리를 여러 대의 호이스트 크레인들이 실어서 작업대에 옮깁니다. 하지만 크레인이 잘못되는 날에는 그 아래에서 철근 가공하는 노동자의 목숨은 없는 셈입니다. 무쇠를 단숨에 휘게 하는 강철 노동자입니다. 젊었을 때 그렇게 되고 싶던, 세상을 가공하고 싶은 그 철의 노동자입니다. 늙어서 이제 가진 건 최저 시급으로 판매할 제 몸뚱아리밖에 없는, 세상 대신 생계를 위해 하루종일 무쇠만 휘는 노동자입니다. 그조차 느릿느릿하고 튼실하지 못한 늙은 노동자입니다. 잔업이 있는 날은 늦은 밤까지 몸이 어스지도록 철근을 가공합니다. 공단에는 쉬이 불이 꺼지지 않지만 노동자는 하루의 고된 노동을 끝냅니다. 퇴근하면 비로소 임금 노예에서 벗어나 ..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노동자들을 혹사하지 말라!' 1970년 11월13일 서울 청계천 평화시장 앞. 22살 청년은 불타는 몸으로 절규했다.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도록 법 11조를 개정하라.' '모든 노동자에게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노동조합법 2조를 개정하라.' '모든 노동자가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보장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하라.' 50년이 지난 2020년 가을, 22살 청년의 이름을 다시 부르짖는다. 왜 왜 다시 전태일까. 50년 전 전태일 노동자가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쳤지만 우리의 일터는 달라지지 않았다. 난 한겨레21의 '2020 전태일의 일기'를 읽으며 가슴이 저미다 무언가 울분이 끓어올랐다. 나는 벌써 우쪽으로 한참 걸음을 ..

'경제학 철학 수고'는 맑스가 1844년 집필했습니다. 대학원 시절 독문학과에 맑스주의 철학 원전 강독 과목이 있었는데 그때 청년 맑스를 처음 만났습니다. 맑스는 구구하거나 사변적이지 않습니다. 칼로 무를 베듯 예리하고 날카롭습니다. 그런 맑스가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이 '경제학 철학 수고'는 맑스의 진면목을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80년대 그 참혹한 시절에 학교에서 청년 맑스 강독은 전무후무했습니다. 그때 함께했던 참 똑똑했던 독문과 여학생들과 철학과 학생들 그리고 광주항쟁을 겪은, 시인 황지우를 품고 살든 사랑했던 미대 출신 누나(?) 그리고 진지하게 원전을 강독하게 해주었던 선생님. ㅋㅋ 그때 WESEN. BEWEGUNG 단어만 들어도 가슴이 뛰었습니다. 청년 맑스는 이 책의 집필로 이제 철학..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은 제가 대학원 시절 종교 공부를 할 때 나의 좁은 시야를 넓혀준 길희성님의 보조국사 지눌의 책들과 최민순 신부가 번역한 '가르멜의 산길' '영혼의 성' '어둔 밤' 함께 정말 완독하고 싶은 책입니다. 논문 지도 선생이 이 책을 연구해서 연구 논문을 작성해보라고 꼬셔서 혹해서 덤벼들었습니다. '종교적 경험은 저기 저 하늘이 아니라 여기 자기 마음 깊은 곳이다'는 이 한 권을 제대로 소화하는 것이었습니다. 기회가 닿을 때마다 읽기는 여러번 시작했는데 한 번도 마무리하지 못한 책입니다. 논리적으로 예리하지도 않고 내용이 그닥 재미없는 책입니다. 처음에는 책의 내용이 설득력을 보태기 위해 중복되는 리서치가 많고 만연체 영어 원서여서 페이지를 넘길 수 없었습니다.얼마 후 김재영님의 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