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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 노동자

명랑 길벗 2021. 9. 5. 03:20

헬멧과 안전화만이 그를 지켜주는 유일한 안전망입니다. 머리 위로 쉴새없이 철근 덩어리를 여러 대의 호이스트 크레인들이 실어서 작업대에 옮깁니다. 하지만 크레인이 잘못되는 날에는 그 아래에서 철근 가공하는 노동자의 목숨은 없는 셈입니다.


무쇠를 단숨에 휘게 하는 강철 노동자입니다. 젊었을 때 그렇게 되고 싶던, 세상을 가공하고 싶은 그 철의 노동자입니다. 늙어서 이제 가진 건 최저 시급으로 판매할 제 몸뚱아리밖에 없는, 세상 대신 생계를 위해 하루종일 무쇠만 휘는 노동자입니다. 그조차 느릿느릿하고 튼실하지 못한 늙은 노동자입니다.

잔업이 있는 날은 늦은 밤까지 몸이 어스지도록 철근을 가공합니다. 공단에는 쉬이 불이 꺼지지 않지만 노동자는 하루의 고된 노동을 끝냅니다. 퇴근하면 비로소 임금 노예에서 벗어나 자유의 몸이 됩니다.

 

밤공기를 가르며 자전거 페달을 밟습니다.

노예가 아니라 자유인입니다.

불을 밝히며 젊을 때 놓쳐던 읽고 싶었던 책에 파묻힙니다.

 

꿈에는 그는 아직도 어쩌면 볼세비키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