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우스 가는 길
다시 문을 엽니다. 이젠 공장에 다니는 노동자입니다 본문
세월이 흘러갔네요.
10년이 넘어서야 당신을 보게 되었지요.
당신은 거기 있는데 난 여러 바퀴를 돌고 돌았답니다.
이젠 공장에 노동자로 일한지 벌써 4년이 됩니다.
처음에는 파견 계약직, 두번째는 일용직, 세번째는 정규직입니다.
무엇보다 최소 시급으로 최저 생계비를 받습니다.
임금 노동자입니다.
당신은 실소를 하겠지만
사실 제가 되고 싶은 게 농부 보다는 노동자였습니다.
사고팔리지 않는 삶을 찾아 산으로 갔던 농투성이
임금 노예의 세상에 다시 돌아 노동자 계급에 편입되었습니다.
일은 주야 맞교대로 하루 10시간을 달립니다.
그야말로 언제나 누구와도 대체가 가능한 단순 숙련 노동입니다.
.
나이가 많으니 일할 데가
막일 같은 공장밖에 없지요.
공장일은 단순하지만 육체적으로는 상당히 힘듭니다.
그래도 일하면 좋습니다.
농사처럼 열심히 일하지요.
그리고 달리는 것을 무척 좋아합니다.
예전에는 차였는데 이제 맨몸으로 하루 10km 달립니다.
발을 땅에서 떼고 페달을 밟으며
다리가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을 때까지 50km 달립니다.
숨이 멎는 물 속에도 달립니다.
두 팔, 두 다리가 물길을 내며 4km 달립니다.
숨이 차 오를 때까지 달립니다.
매일 노동하며 운동하며 벅차게 살고 있습니다.
운동과 일에서 벗어난 주말에는
젊었을 때 놓친 그 가슴 뜨거운 책을 읽습니다.
저 살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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