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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그라인더 나의 엣징거 키누와 나의 말코닉 EK43S 코만단테 본문

실개천, 세상을 헤엄치다/꿈꾸는 바리스타 : 커피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인생 그라인더 나의 엣징거 키누와 나의 말코닉 EK43S 코만단테

명랑 길벗 2024. 2. 1. 14:08

신선한 원두를 집에서 즐기자

수동 그라인더는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만큼 이동성이 좋다. 또한 전동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 유지 보수 오버홀overhaul이 쉽다.  괜찮은 건 30-50만원이다.
머신 말고 도구를 이용해서 큰돈 들이지 않고 홈카페를 열 수 있다. 무엇보다 신선하고 쟁쟁한 원두를 집에서 즐길 수 있다.

봄봄, 코케허니, 게이샤, 블루마운틴, 코나, 모카 마타리,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테라로사, 폴바셋, 블루보틀, 인텔리젠시아, 일리, 라바짜, 모모스 커피를 커핑할 수 있다. 

우린 커피에 집중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최상위 등급인 라이언 커피 골드 로스트 코나 Kona 를, 수수하고 건강한 유기농이고 밸런스와 적당한 산미가 일품인 블루보틀 벨라 도노반 Bella Donovan 을 한 번이 아니라 자주 시음하면서 차츰 진짜 커피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

이외도 반드시 거쳐야 하는 브루잉 원두는 검은 고양이가 걷듯 사푼사푼한 산미 적고 구수한 인텔리젠시아 엘가토 El Gato, 룽고로 추출한 듯한 향과 맛이 깊이 있는 폴바셋 시다모 Sidamo, 아이스커피로 추출한 산뜻한 가벼운 티 같은 모모스 커피 프루티봉봉 Fruity Bonbon, 에스프레소와 드립에서 그야말로 최고인 에스쇼콜라 Es  chocolat 이다.
블루보틀 매장엔 전기 콘센트가 없다. 그 흔한 와이파이도 제공하지 않는다. 우린 커피에 집중하지 않는다.

good choice 
아메리칸체리, 쿠퍼마운틴, 매트 무광 블랙, 스노우 화이트…때깔을 어떻게 저렇게 뽑았을까 고급지다. 뭔가 딱 꼬집어 말할 수 없어도 완벽에 가까운 감성이 있다. 
괜찮은 날과 스테인레스 통, 원목 베니어 커버, 원두받이에서 사람들을 단숨에 끌어당긴다. 가지고 싶게 만들었다. 만듦새와 디자인이 한몫한다.
‘이게 뭐지. 자꾸 끌린다’ ‘내 취향에 맞는 그라인더야’

브루잉 종결자  
드립용 그라인더가 없을 때다.  단골샆에서 상업용 표준 말코닉 EK43 10-13,14 클릭으로 분쇄했다. 적어도 그 정도 균일해야 이런 맛이 나는구나 했다. 13 클릭이 가장 좋다.
코만단테는 그 드립에 진심이다. 600-800um 원두 입자를 뽑을 때 마땅한 적수가 없다. 성능에서도 지나치거나 적당히 모나지 않고 적당히 딱 맞추어 기막히게 맛을 낸다.  말코닉에 비해 깔끔함은 떨어지나 여운에서 좋다(비교해보라). 드립 구간에서는 말코닉에게 뒤쳐지지 않는다. 
입자가 골고루 적당히 분포돼 있고  미분이 적당히 있어서 끌어당기는 맛이 있다. 결국 코만단테, 성능과 디자인에서 사람들이 가지고 싶은 그런 퍼포먼스를 가졌다.  댄디하지 않지만 끌어당기는 마성의 매력이 있다. 

또 하나의 good choice 
6-10만원짜리 레드클릭스 사용해서  제대로 된 에스프레소도 내릴 수 있다. 그럼 50만원대 전동 그라인더에 근접한다. 
그 코만단테는 전동에 비해 직관적이거나 사용이 편한가. 분쇄도 조절은 흠이다. 간편하거나 직관적이지 않다. 

베니어 원목 우드 감성 빠름을 대체하다
내추럴 느낌도 사실 스텐 위에 원목의 질감을 느낄 정도의 원목 베니어 두께로 붙인 거다. 그래도 우드 감성이 뿜어져 나온다. 마감에서 퀄러티가 좋아 가지고 싶을 만큼 이쁘다. 
빨리 갈 필요 없다. 일정하게 가는 게 중요하다. 고무 밴드 말고 자주 오일 혹은 천연 왁스를 발라 이쁘게 관리하자. 왁싱된 목재는 천천히 때깔이 달라져 쓸 때마다 흡족하며 사용 기간이 길수록 만족감이 높아진다. 

기계적인 크루브가 인정한 아날로그 성능 
니트로 블레이드 코니컬 버(날)가 맷돌처럼 위 아래로 맞물려 돌아간다. 수공예로 날을 세우었다. 분쇄도 40 단계이다. 
분쇄 균일도도 너무 일정하지 않고 대체적으로 일정해서 드립하면 덟은 맛 잡맛 대신 특히 단맛이 난다. 
누군가는 이렇게 표현했다. ‘화사한데 깔끔하다.’
‘깔끔한데 기분 좋은 깊이가 있다.’
그것은 원두가 어깨지는 게 아니라 갈리기 때문이다. 200um 이하 미분이 덜 발생된 까닭이다. 크루브 시프터로 몇번을 확인했다. 최소한 원두 입자 크기를 재는 크루브 브롤러 kruve brewler 하나는 커피 저울처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진입 장벽 36만원은 소재 혁신부터
기계적인 장점과 디자인 장점을 다 더해도 사람들은 수백번 고민해야 했다.. ‘아니, 핸드밀 가격이…’ 생각보다 높기 때문이다. 수동 그라인더의 상위 포지션은 아니기 때문이다. 엣징거 트림 모델이나 메져 오메가 소프트나 패스트 모델 보다 디자인과 성능에서 한 수 아래여서이다. 
그 가격이면 성능과 디자인이 좀더 좋아야 한다는 것이다. 소재에서 플라스틱 비중을 줄이고 원두 가루가 붙지 않는 플라스틱으로 바뀌어야 한다. 

딱 그만큼만
오늘도 내가 good choice 한 코만단테를 수백번 생각한다. 오늘도 브루잉 전용 바라짜 포르테 BG로 원두를 간다. 나무랄 데가 없다. 
상업용 말코닉 EK43S 보다 전문가들이 추천한다. 미국 블루보틀 매장에서 사용한다. 잔량이 없고 RDT(물방울을 살짝 원두에 묻혀 정전기를 없앰) 하지 않아도 깔끔하게 떨어진다. 방전 처리된 분쇄통과 매우 고른 결과물이다.
 
코만단테 편하지 않고 직관적이지 않다
전동 머신 Ditting사 포르테 플랫바 보다 세배 아래인 코니컬버 코만단테를 꺼내어 슥슥 샥샥 간다. 
뭔가가 부족하다. 2%가 부족하다. ‘딱 그만큼 부족하다’ 수동과 전동의 차이가 아니다. 그라인더 본연의 모습 ‘있는 그대로’ 간편하고 빠른 분쇄를 실현하는가이다. 
참고로 드립에서도 채널링하는데 말코닉 EK나 포르테 BG에서는 따로 채널링이 필요없다. 그만큼 완벽한 그라인더다. 

새로운 코만단테 사용법 
최근에 다시 배운 0점 조정이다. 코만단테로 핸드 드립 챔피언이 된 새로운 코만단테 사용법이다.  핸들이 원활하게 움직이기 시작한 것을 기준으로 3 클릭으로 삼았다. 그동안 0점은 제각각이었다. 멈춰야 하는데 어라 돌아가네. 코만단테식 0점 조정이다. 분쇄 시간도 일정하게 한다.  
난 최고 그라인더를 산 게 아니야 코만단테를 산 거야. 드립 분쇄도 24-25 클릭 그대로.  이게 코만단테다. 이 클릭이 드립 표준이다. 아이러니지만 사람들은 6-7배 비싼 말코닉 EK 10-13 클릭 수는 모른다. 

코만단테 적응법 클린 대신 통제
200um 이하 미분을 얼마나 어떻게 처리하는가가 관건이다. 미분이 맛을 감칠라게 한다. 
미분이라는 쓰고선 겉껍질이라는 채프chaff라고 읽습니다. 버려야 한다는 생각에 통제라는 개념을 놓쳤습니다. 코만단테는 클린 대신 통제를 가르쳐줍니다.  미분이란 맞지 않는 것을 알맞게 고르는 일입니다.
채프 말고 ZEST라 읽어보자. 그 미분에 따라 얼마나 맛이 달라지는지… 그라인더가 그 미분을 얼마나 통제하는가. 혹은 추출하는 사람에 의해서 얼마나 통제되는지를 보자.

미분 그라이딩 분포도
무조건 미분을 걸러내진 않았다. 그래서 적당히 깔끔하고 적당히 화사하다. 어느 정도 들어가는지가 그 그라인더가 갖고 있는 고유한 그라인딩 분포도이니까. 
내 입맛이란 그동안 알게 모르게 내 머신에 맞춘 결과다. 내가 가진 머신의 한계치이자 자기가 좋아하는 맛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코만단테와 친해지기로 했다
가볍게 드립 커피 한 잔 하고 싶으면 코만단테를 들여야 한다. 플라스틱 통에다 간 다음 언제 어디서건 가지고 다닌다.
집중할 필요가 있는 작업을 할 땐 종종 간편하지만 거칠고 깊이 있는 비알레띠 플라스틱 프렌치 프레스를, 집에서 만든 블루보틀 콜드 브루 병을 사용한다.  
하긴 편리성을 추구하는 스타벅스는 사람을 기다리게 하지 않는다. 

내 스타일대로 간다
매일 아침 닭가슴살 한덩이와 드립 커피 한잔. 저녁 귀가 후 베리에이션 한 라떼 한잔. 주말엔 여기에 두 세 잔이 더해진다. 
오전 커피 타임에 9 bar 머신에서 내린 진한 에스프레소 말고 2 bar 슴슴한  비알레띠 브리카 에스프레소 30ml 한 잔과 카푸치노 한 잔. 
오후 커피 타임에 프렌치 프레스로 내려서 마지막엔 종이 필터로 걸렀지만 거칠고 깊이 있는 디카페인 한 잔. 이후는 커피 금지인데 많이 희석한 콜드브루는 허용된다. 

커피는 라이프 스타일을 바꾼다
물 끓는 소리, 물방울 소리를 타고 마음에는 심지 같은 찰라가 온다.  ‘긴장 대신 휴’를 느끼는 순간이다. 
나의 휘게Hygge 나의 라곰Lagom이다. 나를 위해 머무는 그 때야 비로소 어쩌면 나를 잊는다. 

전동 그라인더 폐업중
사실 심혈을 기우렸고 한땀한땀 진짜 영혼까지 끌어모아서 구입한 전동 그라인더는 차츰차츰 사용감이 떨어진다. 욕심이었다. 
대세 니체제로로 과소평가된 코니컬 버 끝판왕 엣징거 축소판, 무게 중심 가정용 쁘디 엣징거 세테 270WI, 말코닉을 누르는 준상업용 브루잉 전용 바라짜 포르테 BG, 플렛버 65mm 싱글도징의 진수 유레카 미뇽 도즈 오로는 수동 핸드밀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강제 휴가중이다.  
거의 폐업 수준이다. 전동은 주말에만 사용한다. 매일 사용하는 수동 그라인더는 셋팅 값이 변화되는 일이 거의 없이 열일중이다. 핸드밀 퀄러티가 이 정도인줄 미쳐 몰랐다. 

again good choice
커피 생활은 간편하게 미니멀하게 가는 게 좋다. 운용은 투 트랙이 필요하다. 어쩌면 말코닉과 엣징거를 떠올릴거지만 드립은 코만단테 24 클릭과 에스프레소는 키누 1.3.0 클릭이다. 
코만단테는 드립할 때 코만단테답다. 깔끔하고 깊이 있다(깊이 있는 깔끔함). 키누는 에스프레소 내릴 때 키누답다. 분쇄 조절이 직관적이고 빠르고 간편하다. 밸런스가 좋고 선명하다(선명한 밸런스).
항상 머릿속에 남아 있던 그 결여, 뭔지 모르는2% 부족은 이제 없어졌다. 부족함은 수용됐다.  그라인딩 분포도에 맞게 옷을 입혀야 한 거다. 이제야 커피 생활은 나의 현실적인 말코닉인 코만단테, 나의 현실적인 엣징거인 키누로 인해 슬기롭기까지 하다. 

내가 그리던 조촐하고 심플한 홈까페 
내가 마음 속에 그리던 홈까페는 이 두 그라인더만 있으면 된다. 그럼 당신은 머신은 무얼 사용하느냐 묻는다. 드립은 손이다. 다만 자연스럽게 될 때까지 모카 마스터 컵원이나 발뮤다 더 브루 숙달되면 하리오 사만다를 사용할 수 있다. 
에스프레소는 심플하고 씀씀한 맛 모카 포트다. 가찌아 클래식 프로나 브레빌 920이면 해볼 건 다해 볼 수 있다.  다음은 크렘원이다.  

아, 페마 e61 레전드
굳이 순서를 지킬 필요는 없다. 굳이 높은 단계로 갈 필요도 없다. 처음부터 수동은 어렵다. 기초는 머신의 힘을 빌리는 게 맞다. 
모카포트나 ROK로 마감해도 아무렇지 않다. 또한 가변압도 상관없다. 굳이 취미가 커피를 연구하는 사람들의 몫이다. 
또 굳이 머신에 진심인 거의 상업용 라마르조꼬 미크라나 굳이 머신을 수동의 백미 페마 e61 레전드까지 가든지 말든지 상관없다…

끝까지 가는 이에게 박수를.
처음에서 끝나는 이에게 박수를. 

‘해보는 수밖에’
Do It Yoursel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