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우스 가는 길
집과 텐트 본문
오랜 만에 엠마우스가 들썩거렸습니다.
항시 바람 소리와 풀벌레 소리가 그득했는데 사람소리로 꽉 차버렸습니다. 수요일엔 11명이, 금요일엔 23명이 다녀갔습니다. 하나같이 엠마우스의 원칙인 '일'(노동선)에 함께 했습니다. 40도를 웃도는 그 따가운 햇살 아래에서 고추밭에 난 풀들을 악착같이 뽑았습니다.
엠마우스는 따로 숙박 시설이 없습니다.
길손님들에게 자신들이 머물 곳인 이동식 집, 텐트를 가져 오길 권했습니다. 머물 집들이 마당에 쭉 늘어선 모습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다들 한목소리를 냅니다. 우리들 집도 붙박이 보다는 옮길 수 있고 채우기 보다는 비워서 비워서 간편하게 다녀야겠다고 했습니다.
엠마우스는 저녁 식사가 깁니다.
식사와 어울어진 사람들이 살아온 향기를 대합니다. 저마다 아픔이 있고 저마다 갖은 꿈이 있었습니다. 그것들을 대할 때마다 하늘 같은 사람 같아 고개가 숙여집니다. 그리고 사람 같은 하늘과 하늘 같은 사람은 하나임을 느껴집니다.
엠마우스는 길(여정)입니다.
트럭 짐칸에 실려 짐짝처럼 타고 올 때, 아님 자기보다 큰 짐 하나씩 매고 걸어서 걸어서 닿을 때면
여실히 엠마우스는 길입니다. 그래서 모두가 길손님이고 길동무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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