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우스 가는 길
E. H. CARR 역사란 무엇인가 본문
80년대 대학생 시절 1학기는 의무적으로 기숙사에 들어가야 했는데 선배들의 책상에는 반드시 '역사란 무엇인가'와 이영희님의 책들, '전환시대의 논리' '우상과 이성' 조세희님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황석영님의 '객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 '그리스인 조르바' 하룻밤에 숨죽여 읽던 막심 고리끼의 '어머니'가 놓여 있었다.
저녁마다 벌어지는 라면 파티와 세련된 서울 선배들의 '의식화'는 자연스럽게 사회과학 서클 활동으로 이어졌다. 그 다음 시골 순댕이 우리 모두는 흔히 알고 있는 문제(?) 학생이 되었다. ㅋㅋ
무엇보다 역사를 좋아했던 내게 '역사'는 책에 있는 것이 아니라 80년 광주 사태를 광주 항쟁으로 보게 했던 책이다. 또한 내 삶을 이끌었던 러시아 혁명을 볼세비키 혁명사로 보게 했던 책이다. 처음으로 5.18 진상 규명과 군부 독재 타도 연대 앞 시위에서 백골단(?)에 강제 연행돼 닭장(?) 차에 실려 다음날 아침 종로서에서 나오면서 손에 쥐었던 바로 그 책이다.
PS. 백골단은 백골 부대가 아니라 경찰 기동대이고 닭장 차는 연행자를 싣는 경찰 버스다.
역사란 무엇인가
1 장. 역사가와 사실
사실은 스스로 말하다고 한다. 이것은 참일까, 거짓일까. 역사가는 사실 날 것 그대로를 보여 주는 것이다. Wie es eigentlich gewesen.
그런데 그 사실 조차도 역사가의 해석이다. 기록자가 사실을 선택하고 나열하고 탈락해서 이미 사실은 언제나 기록자에 의해서 굴절되는 것이다. 역사는 과거의 사실과 역사가의 해석이다. 기록자의 마음과 생각을 보아야 한다. 사실은 과거에 속하고 기록자는 오늘 현재에 속한다. 마치 과거와 현재의 관계와 같다.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다.
2장. 사회와 개인
역사적인 사실은 동시대를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가? 역사적인 사실은 역사적인 동시대의 산물이다. 역사에서는 진짜로 살아 있는 인간, 그 수의 문제이다.
그리고 그 역사적인 사실은 그 개인들의 관계이고 그들 자신이 의도하던 결과와 정반대되는 결과를 일의키는 사회적인 힘에 대한 사실이다. 역사는 오늘의 사회와 어제의 사회의 대화다.
3장. 역사와 과학과 도덕
역사는 사실 아니라 일반화다. 사실은 일반화를 통해 성장한다. 과학적인 방법은 가설, 구분, 법칙을 통해서 일반화 시킨다. 독특한 것과 일반적인 것을 통해서 상호작용으로 어떤 새로운 경향을 띄게 된다. 역사의 두 얼굴이다.
역사의 목적은 사람이다. 그리고 무엇을 설명하려 할 때, 무엇을 묻으러 할 때마다 끊임없이 '왜?'라고 묻는다.
4장. 역사에서의 인과관계
사람들은 과거의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를 모르는 체 과거의 사건을 읽을 수 있고 쓸 수 있다. 과거의 사건이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아무것도 설명할 수 없다. 그냥 맹목적인 운명의 산물인 것이다. 역사의 연구는 (복합적인) 원인의 연구다. '어떻게 그것이 일어났는가' 그 원인 중에 원인을 찾아야 한다.
역사 결정론과 역사 우연론을 넘어서 어디로 가는 지를 보아야 한다.
5장. 진보로서의 역사
진보란 어떤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전진하는 것이다. 역사는 획득된 기술이 세대로부터 세대로 전승됨으로써 이루어지는 진보를 말한다.
역사는 사건의 과정으로서, 사건의 기록으로서 진보의 기록이다. 하지만 비연속적이다. 역사는 과거의 사건과 점진적으로 나타나는 미래의 목적의 대화다. 역사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과정이다.
6장. 넓어지는 지평선
역사는 움직인다. 인간에 의해서만.
변화는 역사의 전진적인 요소다. 또 이성은 변화의 복잡함을 이해하는 길잡이다.
해설
'그래도 역시 - 그것은 움직인다'
1984년 봄, 읽기 시작한 그날로부터 36년 만에 끝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1980년 광주는 꼬뮌(해방구)이었다. 폭도, 폭동을 진압하려는 계엄군은 대한민국 정부군이 아니라 군부 쿠데타 군이었다. 그리고 죽을 것이 뻔한 상황에서 결사 항전, 항쟁의 주체들의 문제 의식이다. 70일간의 파리 꼬뮌에 비해 광주 민중 항쟁은 7일이었지만 항쟁의 성격은 같았다. 불의에 대한 자연 발생적인 무장 저항이었고 항쟁의 주체 세력은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살아가는 대동 세상을 원하는 기층 민중 중심이었다.
이후 광주 항쟁은 민주주의를 쟁취하려는 투쟁의 모든 살아 있는 아이콘이 되었다. 광주는 삶의 기준점이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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