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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ore, Two Mothers 투 마더스 본문

실개천, 세상을 헤엄치다/꿈꾸는 노무사 : 노동하는 인간은 아름답다

Adore, Two Mothers 투 마더스

명랑 길벗 2023. 5. 24. 17:14

사랑, 그 뜨거움

오랜 만에 도리스 레싱 Doris Lessing 원작인 투마더스(2013 개봉)란 영화를 봤다. 사실 예담에서 출판한 그랜드마더스를 영화 보다 먼저 접했다. 황금 노트북으로 노벨상을 받은 80세 노작가가 그려낸 사랑 얘기다. 그렇고 그런 진부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습관처럼 고착화되고 패턴화된 사랑을 풀어헤쳐준다. 사랑이 얼마나 가슴을 뛰게 하는지, 사랑이 얼마나 가슴을 미어지게 하는지, 사랑이 무엇을 움켜쥐는지를  담담하게 보여준다.

사랑의 시작은 언제나 그럿듯 영화의 첫 장면처럼 바닷가에서 하루종일 물놀이 하던 입술이 새파래진 소녀들에게 뜨거운 것이 들어가는 거다. 뜨거워지는 거다. 사랑이란 게 그렇다. 평소처럼 건네던 위로의 포옹이 연인 사이의 뜨거운 포옹으로 바뀐 것이다. 그렇게 느닷없이 찾아와서 거부할 수 없이 일어나고 돌이킬 수 없어진다.

 

This one's on me, well

.....

God, Lill look at that

Did we do that?

We must have been.

We certainly did.

They're beautiful.

They're like young gods.

Amazing.

 

사랑, 멈출 수 없는 격정

헐리우드의 아름다운 50대 여성 둘, 백합 같이 수수한 Lill (Naomi Watts 나오미 왓츠) 그리고 가시 돋힌 장미 같이 건강한 Roz (Robin Wrigt 로빈 라이트)가 주연이다. 늙어가고 있지만 우리가 아는 한 나이를 잘 따라가는 잘 늙은 여인, 할머니들이다. 그녀들이 선을 넘어버렸다. 꼰대 아버지의 시시한 사랑은 대사처럼 '우리는 그저 인생이 흘러가는대로 열심히 따라가야 거야'는 진부하다.

사랑이 그렇다. 저으기 아름답다. 이념을 넘기 때문이다. 차별과 무시무시한 계급의 벽을 무너뜨린다. 심지어 우리가 그어 놓은 경계를 벗어난다. 릴의 고백처럼 말이다. '선을 넘었어' '멈출 수 없어, 그럴 필요 없잖아'

 

I don't know.

Lill what have we done?

Crossed the line.

.....

In fact, I...

I can't remeber being this happy.

I know.

It's scary

Very.

I don't want to stop.

I don't see why we have to.

 

사랑의 길

우리는 지금까지...'

'최고를 누렸지.' 

'이제 그 시간들이 전부 꿈이었던 것만 같아.

이런 행복을 누렸다는 게 믿기지 않아.'

'알아.'

''뭐, 그럼 된 거지.'

그러고는 등을 대고 누워서 눈을 감았다.

검은 안경 아래로 눈물이 흘렀다.

 

영화가  제시 노먼 Jessye Norman의  사랑의 길 Les Chemins de l'amoour과 겹쳐서 보인다..

 

바다로 올라가는 길이 우리의 길을 막고

벗겨진 꽃과 나무 아래 메아리, 우리의 맑은 웃음

찬란한 행복, 치솟는 기쁨의 날들

마음에 흔적도 없이 가

내 사랑의 길, 항상 당신을 찾고 있어요.

길을 잃은 당신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당신의 결점은 귀머거리입니다.

절망의 길, 기억의 길, 첫날의 길

신성한 사랑의 방식

내 마음의 기억이 우리의 사랑보다 더 강하게 쉬고 싶어

떨리고 완전히 초조했던  그 길의 기억

어느 날 나는 당신의 손이 나에게 타는 것을 느꼈습니다.

내 사랑의 길, 항상 당신을 찾고 있어요.

길을 잃은 당신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당신의 결점은 귀머거리입니다.

절망의 길, 사랑의 길, 첫날의 길

신성한 사랑의 방식

 

 

사랑의 습관,  뜬방파제

'사랑했던이여 이젠 안녕!'

그리하여 예쁘고 어린 물고기처럼 매끄럽고 반짝이는 여자가 톰과 이안 옆에서 즐겁게 장난칠 때 두 늙은 여자는 늘 앉는 의자에 앉아 선글라스 뒤에서 모터 보트가 그들을 태우고 떠나는 것을 지켜봤다.

 

'릴, 우리가 물러날 때가 된 것 같아.'

.....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그래야 해'

 ...

'함께 힘을 모아서 이 생활을 끝내야 해.' 로즈가 말했다.

릴은 조용히 흐느꼈다. 로즈도 따라 울었다.

'그래야 해.'

'그래야 한다는 건 알아.'

'일어나, 수영하러가자.'

 

 

우리가 정말 사랑하는 것일까

 '나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

격정 같은 사랑이 끝나고 남은 사랑의 기억을 영화에서는 바다 한 가운데 떠 있는 뗏목 같은 부표로 그려낸다. 기가 막힌다. 사랑을 이렇게 명징하게 보여주는 상징은 더 없어 보인다. 사랑의 기억은  망망대해 같은 인생에게  휴식을 준다. 그게 엔딩 크레딧이다. 사랑은 가고 사랑은 기억을 남긴다.

도리스 레싱은  달콤하고 격렬한 반짝 반짝이는 그 사랑을 놓는다. 그 사랑으로 우린 헛헛하게 한 평생을 견뎌낸다.

'안녕, 다들 여기 있었네'

 

 

그러나  모든 걸 움켜쥔 반짝 반짝이는 사랑하는 젊은 여자 메리.

그녀에게 모든 게 빈자리였다. '나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

삶의 깊은 곳 한복판이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 있었다.

'그제야 그녀는 비로소 모든 걸 이해했다.  모든 게 명확해졌다.'

 '나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

 

 

"작가의 일은 질문을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가 내 책을 읽으면서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기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바로 작가가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그게 우리의 기능이지요."

 Doris Less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