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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우스 가는 길

헬멧과 안전화만이 그를 지켜주는 유일한 안전망입니다. 머리 위로 쉴새없이 철근 덩어리를 여러 대의 호이스트 크레인들이 실어서 작업대에 옮깁니다. 하지만 크레인이 잘못되는 날에는 그 아래에서 철근 가공하는 노동자의 목숨은 없는 셈입니다. 무쇠를 단숨에 휘게 하는 강철 노동자입니다. 젊었을 때 그렇게 되고 싶던, 세상을 가공하고 싶은 그 철의 노동자입니다. 늙어서 이제 가진 건 최저 시급으로 판매할 제 몸뚱아리밖에 없는, 세상 대신 생계를 위해 하루종일 무쇠만 휘는 노동자입니다. 그조차 느릿느릿하고 튼실하지 못한 늙은 노동자입니다. 잔업이 있는 날은 늦은 밤까지 몸이 어스지도록 철근을 가공합니다. 공단에는 쉬이 불이 꺼지지 않지만 노동자는 하루의 고된 노동을 끝냅니다. 퇴근하면 비로소 임금 노예에서 벗어나 ..

비정규직., 일용직, 임시직, 호출직, 플렛폼 노동이 흔한 시대에 내가 꿈꾸는 세상은 주 4일 노동이다. 프랑스 사회학자 장 비야르 ‘기나긴 청춘’과 ‘일만 하지 않습니다’ 저자 미국 미래학자 알렉스 수정 김 방의 ‘쇼터’ 가 길잡이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노동자들을 혹사하지 말라!' 1970년 11월13일 서울 청계천 평화시장 앞. 22살 청년은 불타는 몸으로 절규했다.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도록 법 11조를 개정하라.' '모든 노동자에게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노동조합법 2조를 개정하라.' '모든 노동자가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보장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하라.' 50년이 지난 2020년 가을, 22살 청년의 이름을 다시 부르짖는다. 왜 왜 다시 전태일까. 50년 전 전태일 노동자가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쳤지만 우리의 일터는 달라지지 않았다. 난 한겨레21의 '2020 전태일의 일기'를 읽으며 가슴이 저미다 무언가 울분이 끓어올랐다. 나는 벌써 우쪽으로 한참 걸음을 ..

'경제학 철학 수고'는 맑스가 1844년 집필했습니다. 대학원 시절 독문학과에 맑스주의 철학 원전 강독 과목이 있었는데 그때 청년 맑스를 처음 만났습니다. 맑스는 구구하거나 사변적이지 않습니다. 칼로 무를 베듯 예리하고 날카롭습니다. 그런 맑스가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이 '경제학 철학 수고'는 맑스의 진면목을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80년대 그 참혹한 시절에 학교에서 청년 맑스 강독은 전무후무했습니다. 그때 함께했던 참 똑똑했던 독문과 여학생들과 철학과 학생들 그리고 광주항쟁을 겪은, 시인 황지우를 품고 살든 사랑했던 미대 출신 누나(?) 그리고 진지하게 원전을 강독하게 해주었던 선생님. ㅋㅋ 그때 WESEN. BEWEGUNG 단어만 들어도 가슴이 뛰었습니다. 청년 맑스는 이 책의 집필로 이제 철학..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은 제가 대학원 시절 종교 공부를 할 때 나의 좁은 시야를 넓혀준 길희성님의 보조국사 지눌의 책들과 최민순 신부가 번역한 '가르멜의 산길' '영혼의 성' '어둔 밤' 함께 정말 완독하고 싶은 책입니다. 논문 지도 선생이 이 책을 연구해서 연구 논문을 작성해보라고 꼬셔서 혹해서 덤벼들었습니다. '종교적 경험은 저기 저 하늘이 아니라 여기 자기 마음 깊은 곳이다'는 이 한 권을 제대로 소화하는 것이었습니다. 기회가 닿을 때마다 읽기는 여러번 시작했는데 한 번도 마무리하지 못한 책입니다. 논리적으로 예리하지도 않고 내용이 그닥 재미없는 책입니다. 처음에는 책의 내용이 설득력을 보태기 위해 중복되는 리서치가 많고 만연체 영어 원서여서 페이지를 넘길 수 없었습니다.얼마 후 김재영님의 깔..

오늘 샆에서 로드 기함 치폴리니 RB1K 를 탔습니다 제가 가끔 샆에서 우연찮게 만나는 분이 있습니다. 두 분인데 두 분다 공교롭게 직업이 같고 바이크에 조예가 깊습니다. 가끔 제게 MTB 기술을 한 수씩 가르쳐 주시는 분들입니다. 아직은 이름을 모릅니다. ㅋㅋ 그런데 토요일 북한산 단체라이딩을 끝내고 샆에 왔는데 그분이 글쎄 이탈리아 전설적인 사이클 선수 사자왕 마리오 치폴리니가 만든 핸드메이드 치폴리니 CHIPOLLINI를 가지고 딱 나타났습니다. 가슴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카본 휠 하이림 메트릭스로 교체 하기 위해 오신 건데 제겐 역사적인 만남이었습니다. 제 롤프 휠은 42mm 이어서 미들림이지만 50mm 되는 것은 하이림이라 부릅니다. 높은 것은 대개 에어로 바이크에 많이 끼웁니다. 먼저 림에다 ..